프로젝트 소개
건축주는 단 하나를 요청했다. "정원이 계절을 대신 살아줬으면 좋겠다." 콘크리트와 유리로 정갈하게 마감된 이 주택은 사계절 내내 표정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 정적인 배경 위에서, 정원만큼은 봄의 싹과 여름의 무성함, 가을의 색과 겨울의 실루엣까지 또렷하게 드러나야 했다.
스튜디오 어라운드그린은 인위적으로 다듬은 정형식 화단 대신, 다년생 초화와 그라스류가 바람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내추럴리스틱 플랜팅을 택했다. 관리는 최소로, 표정은 최대로 — 그것이 이 정원의 유일한 원칙이었다.
내추럴 플랜팅 베드
“정원은 완성되는 순간 이미 늦은 것이다. 우리는 다만 자라날 방향을 정해줄 뿐, 나머지는 계절에게 맡긴다.”
— 스튜디오 어라운드그린 · 정소민 디자이너
마감재와 디테일
동선은 최소한으로 개입하되 존재감은 분명하게, 라는 원칙 아래 디딤석을 골랐다. 화강암 대신 질감이 거친 현무암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매끈한 정원보다 손을 탄 흔적이 남는 정원이 더 오래 사랑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디딤석 디테일
정원이 완성되기까지
착공 후 2주간은 대부분 흙을 만드는 데 쓰였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던 기존 대지에 유공관을 매설하고, 펄라이트와 부엽토를 섞어 식재 기반을 새로 조성했다. 좋은 정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현장에서도 다시 확인했다.
이후 25일간 하드스케이프와 식재가 동시에 진행됐고, 마지막 5일은 오로지 식물의 자리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데에만 할애했다. 도면상의 정원과 실제 대지 위의 정원은 늘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정원 투어 영상
준공 2개월 후, 초화가 자리를 잡은 시점에 촬영한 정원 투어 영상.